[chunk 1]
저자: 여건봉
대협
"강호가 어디 있지?"
관도(官道)를 걷던 한 청년이 얼굴의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차림새로 보아 사냥꾼인 듯한데, 무더운 날씨에 털조끼를 입고, 긴 활을 등에 메고, 화살통에는 화살이 가득했으며, 손에는 쇠창을 들고, 보자기는 어깨에 비스듬히 메고 있었다.
"한 달이 넘었는데, 대협은커녕 도적조차 반 명도 못 만났네. 좀도둑은 몇 명 봤지만, 설마 강호는 그저 전설일 뿐인 건가?" 청년은 걸으면서 아무 목적 없이 주변에 물었지만, 오히려 혼잣말에 가까웠다.
"소년 협객은 첫 외출이신가?" 옆에 있던 호리호리한 중년 남성이 청년을 알아차렸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년 남성이 다시 물었다. "강호에 나서는 건가?"
청년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여정의 먼지에 바랜 얼굴에 약간의 혈색이 돌았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청년은 이씨 성에 이름이 하루(一天)였다. 아버지는 사냥꾼이었고, 위로 몇 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모두 사냥꾼이었다. 하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무예를 익혔고, 활 쏘기와 창술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 열 살부터 사냥에 참여했으며, 사냥물을 나눌 때도 어른 몫으로 받았다. 하루가 어리다고 봐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른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사냥을 시작하자마자 큰 호랑이 한 마리를 잡은 적이 있었다. 그날 모두가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어른들은 술을 즐겨 마셨다. 하루는 밥을 먹고 나서 작은 쇠창을 들고 근처에서 야생과일을 찾다가 나무에 올라가 과일을 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흥!" 하는 짐승의 포효와 함께 눈이 휘둥그레진 흰 이마의 큰 호랑이가 나무 아래로 뛰어올랐다. 하루는 겁내지 않고 나뭇가지에서 땅으로 뛰어내려 쇠창을 겨누고 호랑이를 향해 찔렀다. 호랑이는 통증에 사나운 포효를 내지르며 산이 흔들리고 나무가 흔들릴 듯 맹렬하게 하루에게 덤벼들었다. 하루는 당황하지 않고 옆으로 스텝을 밟으며 몸을 돌려 호랑이를 피했고, 호랑이는 빗나가자 맹렬하게 몸을 돌렸다. 하루의 쇠창이 다시 호랑이에게 상처를 냈고, 호랑이는 몇 번이고 포효하며 맹렬히 하루에게 돌진했다. 이렇게 십여 합이 오가던 중, 사냥꾼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막 도우려는 찰나, 하루의 아버지가 손을 저으며 서두르지 말고 하루 혼자서 감당하게 하라고示意했다. 잠시 후 아버지가 호랑이의 눈을 찌르라고 일러주었고, 지도를 받은 하루는 몇 합 만에 호랑이의 두 눈을 모두 찔러 상처를 냈다. 두 눈이 시린 호랑이는 더욱 목숨을 걸고 하루에게 돌진했는데, 공교롭게도 하루가 옆으로 피하자 호랑이는 곧장 큰 나무에 세차게 부딪혔다. "쿵!"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호랑이는 스스로 부딪혀 죽고 말았다. 그 후로 호랑이를 잡은 소년 영웅으로 멀고 가깝게 이름이 알려졌다.
하루는 올해 열여섯 살로, 온몸의 무예는 사방 백 리 안에 당할 자가 없었다. 하루는 나무에 오르면 원숭이를 따라잡을 수 있었고, 숲속을 걸을 때 땅에 발을 내려놓지 않고 원숭이처럼 기어오르고 뛰어다닐 수 있었다. 좋은 명사수는 백 보 밖에서 버드나무 잎을 맞힐 수 있다는데, 하루는 한 리 밖에서 참새의 눈을 맞힐 수 있었다. 더 대단한 것은 하루가 화살 한 움큼을 쥐고 연속으로 쏘아도 백발백중이었다는 점이다. 한 번은 시범으로 하루가 나무 위에 있던 십여 마리의 참새를 모두 쏘아 떨어뜨렸는데, 빠르게 연속으로 쏘아대는 화살에 참새들조차 날아갈 틈이 없었고, 화살마다 정확히 눈을 맞혔다. 수십 근이나 되는 큰 쇠창을 하루가 휘두르면 사람 그림자조차 분간할 수 없었고, 물도 들어갈 틈이 없었다. 가볍게는 창 끝으로 나뭇잎을 집어 올려도 찢지 않았고, 무겁게는 한 아름 되는 큰 나무를 꿰뚫을 수 있었다.
하루는 어릴 적부터 강호의 온갖 전설을 들어왔다. 영웅의 눈물, 협녀의 연정, 형제는 머리를 내던지고 피를 뿌릴 수 있으며, 대협은 강호의 정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하루는 마음이 동경으로 가득 찼다. 열세 살 때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해 열여섯 살이 되어서야 마침내 십여 냥의 은자를 모았다. 때가 왔다고 생각한 하루는 글을 아는 것이 많지 않아 편지를 쓰지 않고, 소년 친구 하나를 불러 부모님께 자신이 강호에 나선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하며, 걱정하지 말고 몇 년 안에 돌아오겠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부모님이 알았을 때는 하루가 이미 수백 리 밖에 있었다.
처음 며칠은 부모님이 찾아올까 봐 머무르지 못하고 하루는 쉬지 않고 큰 걸음으로 걸었으며, 관도가 아닌 산길과 시골길로만 다녔다. 수백 리를 걸어 나간 후에야 하루는 마음을 놓았다. 은자가 있고 천성이 호탕한 하루는 주막과 찻집에서 여기저기 친구를 사귀었지만, 무림 인사는 한 명도 만나지 못했고 좀도둑만 몇 명 보았다. 곳곳에서 대협이 어디에 있고 영웅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고, 단서가 있으면 곧바로 찾아갔지만, 대부분 장사치나 천한 일을 하는 사람들, 심지어 사기꾼이나 협잡꾼뿐이었고, 가장 뛰어난 사람도 겨우 주먹질 몇 가닥 아는 정도라 믿을 것이 못 되었다.
중년 남성은 왕락희(王乐喜)라는 사람으로, 총표두(总镖头)였다. 그의 할아버지 때부터 표국(镖局) 일을 시작했으니 왕표두는 가업을 이은 셈이었다. 총표두를 십여 년 동안 맡았지만 다행히 친구가 많아 큰 사고는 없었다. 이번에는 관례(观礼)를 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황신웅(黄信雄) 황대협의 금반세수(金盆洗手) 축하 행사였다. 황대협은 무공이 천하를 덮을 정도로 뛰어나고, 수십 년간 강호를 종횡무진하며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으며, 맹상군(孟尝君)의 풍모를 지녀 강호에 어려움이 있으면 반드시 돈과 힘을 아끼지 않았다. 일곱 명의 결의형제가 있었는데, 모두 무공이 뛰어났다. 황대협은 은연중에 무림 맹주의 풍모를 지니고 있어, 여러 번 무림을 이끌 맹주가 되어 달라고 청했지만 황대협이 사양할 때마다 사람들은 더욱 믿고 따랐다. 황대협은 명성이 천하에 가득했고 나이는 환갑을 넘겼다. 왕표두는 후배라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황대협의 금반세수에는 많은 영웅과 대협들이 모일 터이니,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기회에 견문을 넓히고 싶어 했다. 이 말을 할 때 왕표두는 오른손에 든 사각형 상자처럼 보이는 천 보자기를 들어 올리며 선물을 준비했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루는 한 달 넘게 돌아다녔지만 무림 인사를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이렇게 큰 대협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순간 흥분하며 "좋다! 좋다!"를 연발하며 급히 왕표두에게 길을 재촉해 축하 행사에 늦지 말자고 했다.
가는 길에 하루는 자신이 선물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몸에는 겨우 몇 푼의 잔돈만 남아 있어, 지금은 밥을 먹을 때도 흰 만두만 씹을 수밖에 없었다. 깊은 산골짜기에 가서 사냥을 해 돈을 바꾸려고 했지만, 선물을 살 돈은커녕 형편이 없었다. 하루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더듬거리며 겨우 뜻을 전했고, 왕표두는 하하 웃으며 하루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황대협은 협의가 넘쳐 가장 소년 영웅을 좋아하니, 하루를 보면 기뻐할 뿐 결코 나무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왕표두를 따라 큰 걸음으로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장원(庄园) 하나가 보였다. 대문 위에는 높이 걸린 붉은 등롱이 대낮에도 밝게 켜져 있어 경사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양옆의 푸른 벽돌로 쌓은 담장은 적어도 두 길은 되어 보여 은은한 신비감을 더했다. 멀리서부터 중년 남성 한 명이 마중 나왔다. 왕표두가 조용히 황대협의 큰아들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었고, 왕표두가 하루가 황대협에게 절을 하러 왔다고 말하자, 황대협이 허리를 굽혀 절하려는 하루의 팔을 받쳐 들며 "소협, 예를 갖추실 것 없습니다"라고 연거푸 말했다. 그때 왕표두가 예물 등록을 마치고, 하루도 사양하지 않고 몸을 돌려 왕표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을 지나 커다란 조벽(照壁)을 돌면 사합원(四合院)이 나왔다. 보통 사합원은 방이 몇 칸에 불과하지만, 이 사합원은 빈 땅만 해도 팔선상(八仙桌)이 백여 개나 놓여 있었고 거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동서의 날개채는 수십 칸으로 보였고, 정면의 큰방은 웅장했다. 양옆의 석문을 통해 멀리 바라보면, 한 채 한 채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루는 왕표두를 따라 정면 큰방으로 들어갔다. 넓은 대청에는 역시 팔선상이 가득했는데 십여 개가 넘었고, 실내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시끌벅적하고 활기찼다. 안쪽 한가운데에 큰 무리가 둘러서 있었다. 하루는 왕표두를 따라 한참을 비집고 들어가서야 겨우 안을 볼 수 있었다. 신龛 아래 붉은 칠 향안(香案)에는 진기한 과일이 가득 차 있었고, 옆에는 태사자(太师椅)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 얼굴에 홍광이 돌고 흰 머리카락에 긴 수염을 기른, 흰 옷을 입은, 선풍도골(仙风道骨)이 느껴지는 노인이 단정히 앉아 있었다. 그 뒤에는 비슷한 나이의 노인 여섯 명이 서 있었는데, 모두 위엄 있고 기품이 범상치 않았다. 하루는 앉아 있는 노인이 분명 황대협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과연 왕표두가 소개하기를 바로 황신웅 황대협이고, 뒤에 서 있는 여섯 분은 황대협의 결의형제라고 했다. 가는 길에 왕표두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영웅 대협으로, 각자 자신만의 사업을 이루었고, 제자들조차 강호에 이름을 떨치는 대협이었다. 황대협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제자가 수백 명, 제자의 제자가 수천 명이었지만, 황대협은 오래전부터 직접 제자를 가르치지 않고 여러 아들과 몇몇 큰 제자들이 대신 가르쳤다. 황대협의 여러 아들과 큰 제자들은 모두 강호에서 쟁쟁한 인물로, 각 대문파에 가면 문파 장문인이 직접 영접했고, 일반적인 작은 문파의 장문인과 강호 인사들은 그들의 제자들이 접대했다.
황대협의 한 길 앞에는 젊은이들이 한 줄로 꿇어앉아 있었는데 열 명이 넘었다. 황대협은 오른손으로 수염을 어루만지며 왼손을 들어 일어나라고示意하며 "어서 일어나라"고 말했지만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젊은이들은 규칙적으로 세 번 절을 한 후에야 일어섰다. 옆에는 정정한 사내가 일찌감치 서 있었는데, 붉은 봉투가 가득 담긴 나무 쟁반을 들고 있었다. 사내가 한 사람씩 붉은 봉투를 나눠주자, 젊은이들은 다시 한 번 읍(揖)을 하며 감사를 표하고 물러났다. 또 다른 무리가 절을 시작했다. 수십 차례의 무리가 지나간 후에야 하루 차례가 되었다. 안내인이 하루를 맨 왼쪽 자리에 서게 했고, 절을 마치고 붉은 봉투를 받은 후 왕표두가 하루를 데리고 대청 밖 빈 땅에서 간신히 두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때는 이미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루가 붉은 봉투를 열어 보니 종이 한 장만 들어 있었다. 하루는 글을 몰랐고, 왕표두가 가까이 다가가 보더니 혀를 차며 이십 냥 은자라고 했다. 하루는 그제서야 이십 냥 은자표라는 것을 알았다. 하루가 가장 뛰어난 사냥꾼으로서 삼 년이 넘게 벌어야 십여 냥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황대협의 손이 너무 컸다. 이런 후배들이 절할 때마다 한 사람당 이십 냥씩이라니, 하루는 한참을 생각해도 얼마나 많은 돈인지 계산할 수 없었고, 꿈에도 황대협이 어떻게 그렇게 부자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에는 음식이 가득 쌓였다. 사람들은 서로 소개하며 오래전부터 이름을 들었다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왕표두는 인맥이 넓어 모두가 알거나 최소한 이름은 들어본 사이였다. 왕표두도 사양하지 않고 모두에게 먹자고 권하며 순조롭게 술독 하나를 열었다. 술 향이 코를 찔렀고, 옆에 있던 술주정뱅이 코를 가진 사람이 연신 "좋다, 이건 행화춘(杏花春)이 분명하고 적어도 십 년 이상 묵은 노주야"라며 황대협이 참으로 손님 접대를 잘한다고 감탄했다. 하루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음식은 종류가 너무 많아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으며, 대부분의 음식은 하루가 본 적도 없고 먹어본 적도 없는 것들이었다. 하루는 요즘 며칠 동안 남은 돈이 거의 없어 굶었다 배불렀다를 반복하며 일찌감치 배가 고팠기에 사양하지 않고 마음껏 먹다가 트림을 하고서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제서야 하루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강호 인사들로 보였고, 칼, 창, 검, 극, 도끼, 도끼, 갈고리, 창, 편, 간, 망치, 갈고리, 당(镋), 봉, 모(槊), 봉, 지팡이, 유성추 등 십팔반무기(十八般武器)를 모두 볼 수 있었다. 이 무기들 중 절반 이상은 하루가 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기이한 차림을 한 사람이 많았고, 스님과 도사도 즐비했으며, 눈에 띄는 것은 준수한 여인들이었는데, 아리따운 몸매에 무기를 지니고 있어 색다른 풍미가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루가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대략 순무대인(巡抚大人)도 선물을 보냈고, 소림, 무당, 아미 등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이 직접 왔으며, 일본의 무사들까지 왔다고 했다. 목소리가 쉰 듯한 사람 하나가 아는 사람이 많은 듯 한 명씩 소개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대청에 앉아 있어 하루는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넋을 놓고 들었다. 쉰 목소리 옆의 대머리 남성은 더욱 감탄사를 연발했고, 흥분한 나머지 오른손으로 머리를 문지르며 남은 몇 가닥 안 되는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한참 후 날이 어두워졌다. 빈 땅 주변에 미리 켜 둔 붉은 등롱이 안뜰 전체를 대낮처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왕표두도 일찌감치 식사를 마치고 하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왕표두가 외쳤다. "황대협이 술을 권하러 나오신다!" 하루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황대협은 의젓하게 손을 등 뒤로 젖히고 걸어 나왔고, 뒤에는 수십 명이 따라왔다. 결의형제와 여러 제자들이 모두 함께 술을 권하러 온 것이었다.
황대협 일행이 대청 밖 첫 번째 테이블 앞에 도착해 막 술을 권하려는 순간, 멀리 대문 밖에서 한 여인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대협, 저를 위해 결말을 내주셔야 합니다!" 황대협은 눈살을 찌푸리며 옆에 있던 정정한 사내에게 손을 저었다. 정정한 사내는 급히 대문으로 달려가 여인과 여인을 따라온 세 남자를 황대협 앞으로 데려왔다. 여인은 땅에 엎드려 황대협 앞에 꿇었고, 세 남자도 허리를 굽혀 황대협에게 읍을 한 후 여인 뒤에 섰다. 황대협은 온화하게 말했다. "일어나서 말씀하십시오." 그러나 여인은 여전히 꿇은 채 울며, 황대협이 한 여제자에게 이 여인을 부축해 일으키라고 지시한 후에야 일어났다.
하루가 보니 이 여인은 이팔청춘(二八青春)의 나이로, 눈매가 맑고 이목구비가 준수했지만 두 눈은 울어서 붉게 부어 있었고 매우 가여워 보였다. 황대협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여인은 울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 여인은 바로 근처 마을 사람으로 성이 왕씨였다. 마을에 악폐(恶霸) 하나가 그들의 집과 땅을 탐내며 이사를 가라고 강요했고, 은자 오백 냥을 제시했다. 가격은 매우 좋은 편이었지만, 여인의 어머니는 남편이 멀리 장사하러 나가 내년 중순에야 돌아올 예정이라, 자신은 한낱 부녀자라 감히 결정할 수 없다며, 상대가 뭐라 해도 죽었다 살아나도 승낙하지 않고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도리상 악폐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 악폐가 일을 저질렀다. 사람 몇을 데리고 가서 모녀를 집 밖으로 끌어내고는 집에 불을 질러 태워버렸다. 아무것도 꺼내지 못했고, 지금은 악폐가 자신의 상점을 지어 영업까지 하고 있었다. 모녀는 여러 번 찾아가 따졌지만 매번 맞아 쫓겨났다. 모녀는 방법이 없어 이웃들이 도와 임시로 움막을 지어주어 그곳에 임시로 살고 있었다. 오늘 황대협이 집에서 금반세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병환으로 일어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여인 혼자 찾아와 도움을 청하며 황대협에게 결말을 내려달라고 울부짖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남자 몇 명도 증언을 도왔는데, 모두 여인이 데려온 사람들이었다. 호리호리하고 선비 차림을 한 사람은 마을의 글선생이었고, 억센 체구의 사내는 근처의 표사(镖师)로 여인 집안과 친척 관계가 있었는데, 왕표두가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표사인 듯했다. 또 다른 노인은 관청의 포교(捕快)였는데, 많은 조사를 했고 상황이 사실이며 마을에는 백여 명이 증언할 수 있다고 했다.
황대협은 듣고 나서 크게 노하며 큰 소리로 물었다. "누구요? 내가 반드시 결말을 내주겠소." 여인은 머뭇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황대협이 또 큰 소리로 외쳤다. "두려워 말고 말하시오. 누구든 간에 내가 반드시 결말을 내주겠소." 그때는 이미 빽빽하게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도 황대협을 따라 큰 소리로 외쳤다. "말해요, 황대협이 있잖아요!" 하루도 피가 끓어올랐고, 두 눈에 빛을 내며 황대협을 응시했다. 마음속으로 이래야 진정한 대장부의 영웅 기개라고 생각했다.
그제서야 여인이 천천히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황대협은 급히 아무도 떠나지 말라고 외치고, 대문을 닫으라고 지시했다. 이 모든 것을 지시한 후에야 황대협은 여인에게 조용히 말했다. "두려워 말고, 말하시오." 그때 황대협의 큰아들이 갑자기 말했다. "아버지, 오늘은 아버지의 큰날입니다. 길한 시각이 곧 다가옵니다. 먼저 술을 권하고 금반세수를 마친 후에 이 일을 처리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대협이 큰 소리로 꾸짖었다. "내 일은 중요하지 않다. 술을 늦게 권해도 친구들이 이해할 것이다. 큰 악인을 처리하는 일은 기다릴 수 없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람들은 연이어 박수를 쳤다. 짝짝짝 하는 박수 소리는 오래도록 그치지 않았고, 황대협이 여러 번 손을 저은 후에야 사람들은 멈추었다. 하루는 두 손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쳤다. 황대협이 또 여인에게 누구냐고 추궁하자, 여인은 집게손가락을 뻗어 황대협 뒤에 서 있던 한 남자를 가리켰다. 황대협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하며 몸을 돌려 이 남자를 가리키며 추궁했다. "그 사람이 이 사람이오?" 여인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독한 눈빛으로 남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만약 눈빛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 남자는 이미 수백 번은 죽었을 것이다. 옆에 있던 글선생, 표사, 포교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黄대협은 갑자기 십여 년은 더 늙어 보였고, 몸이 약간 떨리며 이 남자에게 조용히 물었다: "제르야, 네가 한 짓이냐?" 그제서야 하루는 이 남자가 황대협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도 수군수군거리며, 아는 사람은 조용히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하기를, 이 남자는 황대협의 막내아들이며, 황대협이 가장 아끼는 아들이라고 했다. 강호에서는 옥면협이라 불리며, 무공이 매우 뛰어나고 명성이 자자한 강호 영웅으로, 모두가 황대협의 뒤를 이을 사람은 이 아들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
옥면협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감히 말을 하지 못했고, 황대협은 더욱 화가 나서 손을 들어 때리려다가 옆에 있던 회색 베옷을 입은 노인이 붙잡았다. 황대협이 돌아보니 자신의 결의형제 둘째 동지동지였다. 평소 둘째는 자신의 좌우팔이었고, 강호에서는 동지제갈이라 불렸다. 결의형제들은 각자 능력이 있었는데, 제갈의 무공은 물론 뛰어났지만 가장 뛰어난 것은 제갈의 지모였다. 제갈은 늘 황대협의 군사였다.可以说, 황대협이 오늘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 군사의 공로가 컸다.
자신의 군사임을 보고 황대협은 침울한 얼굴로 소리쳤다: "둘째, 이 짐승을 감싸려는 것이냐?"
동지도 화내지 않고 느긋하게 말렸다: "큰형님, 노여워 마십시오. 이 일은 뭔가 수상한 점이 있는 것 같으니,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황대협은 화가 나서 몸을 비켜섰고, 제갈은 옆에 있던 흰 옷을 입은 노인에게 말했다: "다섯째, 수고 좀 해서 이 아전 형님에게 물어봐 주게. 관청의 기밀과 관련된 일이니, 안방으로 가서 자세히 물어보는 게 좋겠네."
흰 옷 노인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둘째 형님." 말을 마치고 포교 앞으로 가서 '청' 하는 자세를 취하며 포교를 데리고 안방으로 가서 사건을 물었다.
하루는 이때 멍해졌다. 설마, 강호에 이름난 황대협의 아들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오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때 옆에서 누군가 조용히 수군거렸다: "둘째는 동지제갈이라 불리고, 다섯째는 상관금사라 불리는데, 둘 다 일류의 지혜자다. 두 사람이 함께 나서다니, 이거 규모가 크군. 아무래도 이 어린 아가씨는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아. 역시 황대협이다." '대협'이라는 두 글자에 분명히 힘을 주어 말하며, 약간 불만스러운 기색이었다. 옆에 몇 사람이 덩달아 맞장구치며 "그래, 대협."이라고 했다. 그러자 곧 누군가 제지하며 꾸짖었다: "목숨이 아깝지 않냐, 누구的地盘인지 보지도 못하고. 명심해라, 화는 입에서 나온다." 몇 사람은 목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큰형님 말씀이 맞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귀를 기울이고 있던 하루는 매우 실망했다.
동지가 글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서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선생님, 안녕하십시오!"
글 선생님은 급히 답례하며 말했다: "선생님, 안녕하십시오!"
"소인은 동지라고 합니다. 감히 선생님의 존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감히 아닙니다. 늙은이는 이가, 이름은 화흥이라고 합니다."
동지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이 이화흥 선생님은 글 선생님이시니, 제가 한번 시험해 보겠습니다. 혹시 사기꾼이 아닐까 해서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큰 소리로 좋다고 대답했다.
제갈이 큰 소리로 물었다: "선생님께 여쭙겠습니다. 왜 '칼을 내려놓으면 즉시 부처가 된다'고 하는 것입니까?"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말했다: "그래, 왜 악인이 칼을 내려놓으면 즉시 부처가 되는 거지? 자주 듣는 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이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자." 하루는 글을 많이 읽지 못해서 이런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 더욱 귀를 기울였다.
이 선생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만, 늙은이는 잘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동지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선생님은 이런 가장 기본적인 이치도 모르시니, 정말 의심스럽습니다." 말을 마치고 이 선생님을 무시한 채 표사에게 돌아서서 물었다: "듣자하니 당신이 이 아가씨의 친척이라고 하던데, 당신은 직접 내 작은 조카가 집에 불을 지르는 것을 보았소?"
표사는 화가 나서 몸이 약간 떨렸지만,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친척입니다. 방화 현장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동지가 끊고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저는 이 선생님이 가짜라고 의심합니다. 이런 간단한 질문조차 대답하지 못하다니. 이 표사는 또 이 아가씨의 친척이고, 누가 불을 질렀는지 보지도 못했습니다. 포교大人께 다시 물어보면 일이 분명해질 것입니다."
하루는 동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문제를 파악했으니, 아무래도 옥면협이 한 일이 아닌 것 같아 마음속의 걱정이 조금은 사라졌다. 이때 옆에서도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큰형님, 이 동지제갈 정말 대단하군요!" 그러자 누군가 대답했다: "둘째야, 글 선생님은 보기에도 불교를 믿지 않을 것 같고, 불교 이치를 연구하지도 않을 테니, 모르는 게 오히려 정상이지. 동지제갈은 제자백가나 인문 역사는 묻지 않고, 이런 불교 이치를 묻다니, 역시 대단하군." 말소리가 매우 작아서, 바로 옆에 붙어 있지 않으면 하루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잠시 멈추었다가 이 사람이 또 말했다: "둘째야, 동지제갈은 표사가 이 여자의 친척이라는 것을 알고, 처음부터 누명을 씌웠어. 또 표사의 몸에 상처가 없는 것을 보고 현장에 없었다는 것을 알았지.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든 막았을 테니까. 그런데 그가 어떻게 옥면협의 상대가 되겠어? 동지 늙은 여우는 역시 늙은 여우야. 아무래도 포교가 곧 사실을 밝힐 테니, 제갈이 나서면 옥면협이 저지른 일도 저지르지 않은 일이 되는 거지. 대단하군, 대단해." 하루는 이 말을 듣고 이 사람의 분석이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황대협을 위해 걱정하게 되었다.
그 사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관금사가 이미 포교를 데리고 나와 동지제갈 곁으로 걸어왔다. 상관금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포교大人께서 할 말씀이 있습니다."
포교는 가볍게 헛기침을 두 번 하고 말했다: "소인은 상관 선생님과 사건에 대해 논의해 보았습니다. 황 공자가 한 일일 리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소인이 어리석어 고려가 부족했던 탓에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큰 화를 내지 않아서 부끄럽습니다." 말을 마치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인사했다.
하루는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번에 온 것이 잘했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대협을 만났고, 친구가 천하에 가득하며, 금분세수에 수천 명이 구경하러 왔으니, 대장부는 마땅히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포교가 여전히 인사하고 있는데, 희미한 검은 그림자가 포교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포교 바로 앞에 도착하자, 또 다른 흰 그림자도 빠르게 돌진했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갈라져 섰다. 흰 그림자는 황대협이었고, 검은 그림자는 하루가 본 적 없는 사람으로, 작고 마르고 왜소해 보이며 교활해 보였다. 서 있는 자세도 늠름하지 못했고,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어 약간 간사해 보였다. 이 왜소한 노인이 경공이 그렇게 뛰어나고, 황대협과 한 차례 장을 주고받았는데도 손해를 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황대협이 큰 소리로 물었다: "감히 길 선생님께 묻겠습니다,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하루 옆에 있던 큰형님이 또 말했다: "신도 길장풍! 설마 황대협의 금분세수에 천하제일 신도까지 끌려온 것인가. 둘째야, 이 길장풍은 벌써 백 살 가까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강호에서 수십 년간 자취를 감추었는데, 여기서 나타날 줄이야. 그래도 오십, 육십 살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그 신도가 말했다: "별것 아니오! 돈만 보면 손이 근질거려서지." 말을 마치고 손에 든 두툼한 종이 뭉치 같은 것을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이 포교 몸에 최소한 수십만 냥은 되는 은표가 있는 것을 보았소. 내가 도둑이라는 것을 알지? 돈만 보면 손이 근질거린다오. 그래서 계산해 보니, 꼭 40만 냥이더군. 하하하하!" 신도가 크게 웃으며 또 말했다: "요즘 포교들은 이렇게 돈이 많구먼. 그런데 그가 올 때는 그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못 보았는데. 흐흐흑." 냉소를 지으며 말을 멈추고 눈알을 굴리며 포교와 황대협을 번갈아 보았다.
하루 옆에 있던 큰형님이 또 말했다: "천하제일 신도인 그가 눈이 어두울 리가 없지. 이 포교는 오기 전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을 테니, 십중팔구 상관금사가 꾸민 짓이야. 이 신도의 몸놀림이 정말 무섭군. 저렇게 멀리서 와서 바로 곁에 있던 황대협과 한 차례 장을 주고받고, 포교 몸에 있는 은표까지 훔쳐냈으니, 존경스럽군, 존경스러워." 말투가 매우 공손해서, 동지제갈을 말할 때의 어조와는 전혀 달랐다. 그의 둘째 동생도 연신 감탄했다.
황대협이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동지제갈이 와서 황대협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큰형님, 길한 시각이 되었으니 금분세수가 중요합니다. 세 명의 증인 모두 작은 공자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형수님께 여쭤보니, 작은 공자가 그때 형수님을 모시고 절에 향을 드리러 갔다고 합니다. 이 일은 관청에서 알아서 조사할 테니, 우리 사람들이 한 일이 아니라면 우리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대례가 중요합니다!" 황대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가자." 말을 마치고 동지제갈을 따라 안쪽 방으로 걸어갔다. 걸음걸이는 매우 안정되어 보였지만, 얼굴색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이때 왕씨 여자가 땅을 치며 울부짖었다: "하늘이시여, 누가 나를 위해 결말을 내어 주시겠습니까! 하늘이시여..." 글 선생님은 그녀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녀는 땅에 엎드려 울어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그 표사는 아까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졌었는데, 줄곧 뒤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황대협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큰 소리로 외쳤다: "황대협, 여러분이 당신을 대협이라고 부르는데, 당신은 이렇게 대협 노릇을 하는 것입니까?" 황대협은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서 이 표사를 바라보았다. 표사는 계속 외쳤다: "마을에는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지금 그들을 데려오겠습니다. 그러면 분명해질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동지제갈은 몸놀림이 매우 빨라 순식간에 돌아서서 표사 앞으로 돌진하며 외쳤다: "멈춰라!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고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아직도 소란이 부족하냐! 자신의 무공이 높다고 생각해서 또 소란을 피우려는 것이냐? 자, 동지가 네 실력을 한번 배워 보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동지는 한 차례 장권을 표사를 향해 휘둘렀다. 표사는 두 손으로 밀치며 입으로는 크게 외쳤다: "비켜라, 비켜! 증인을 데리러 가야 한다!" 두 손이 동지의 몸을 밀치자, 동지는 뒤로 넘어지며 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세게 부딪혀 먼지가 자욱했다. 사람들은 "아!" 하고 소리쳤지만, 모두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루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 표사가 너무 대단해서, 가볍게 한 번 밀었을 뿐인데 강호에서 유명한 동지제갈을 땅바닥에 나자빠뜨렸다. 옆에 있던 큰형님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제갈 늙은이가 스스로 넘어졌어. 그 표사는 그를 전혀 밀지 못했어. 표사가 큰 화를 당할 거야."
동지는 몸을 날려 일어났는데, 자세는 매우 늠름했지만 표정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표사에게 쓰러진 것이 큰 모욕이었던 모양이다. 동지가 크게 외쳤다: "내가 가볍게 당신을 붙잡으려 했더니, 당신은 내 목숨을 노렸군! 내 몸이 단단하지 않았다면, 이 한 방에 죽었을 것이다. 당신과 겨루어 보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동지의 회색 그림자가 표사 앞으로 돌진하여 쌍장을 내질러 표사의 가슴을 세게 쳤다. 표사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오른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힘을 다해 겨우 버티는 듯했다. 기침을 한 번 하자 피를 몇 모금 크게 토해 냈고, 이어서 양쪽 귀에서 피가 흐르고 눈에서도 피가 흘렀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땅에 쓰러져 죽었다.
하루도 알아차렸다. 동지제갈이 구실을 만들어 표사를 죽인 것이다. 동지는 표사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빠르게 걸어가 표사의 왼손을 잡고 맥을 몇 초 동안 짚어 본 후, 일어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이 표사가 방금 저를 죽이려 했습니다. 제가 당황해서 손이 과했고, 그를 때려 죽였습니다. 여러분 모두 보셨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마지막 말은 포교를 향해 물은 것이었다. 포교가 말을 이었다: "표사가 먼저 사람을 다치게 했고, 동지대협의 정당방위였습니다. 아문으로 돌아가면 제가 대인께 사실대로 보고하겠습니다."
왕씨 여자는 표사가 죽은 것을 보고 울부짖으며 기어와 표사의 몸 위에 엎드려 울다가 기절했다.
이때 사람들은 모두 떠들썩했다. 모두가 알아차렸다. 이 동지제갈은 표사가 증인을 데리러 가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사람을 죽인 것이다. 아무래도 일은 정말 옥면협이 저지른 것이고, 포교까지 상관금사가 나서서 수십만 냥의 은표로 매수한 것이다. 다만 황대협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무공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감히 나서지 못했지만, 모두 이 일에 대해 크게 논의하며 일제히 동지제갈과 상관금사를 비난했다.
동지와 상관금사는 모두 무표정이었고, 오히려 황대협은 얼굴이 붉어졌다 창백해졌다 하며, 동지에게 팔을 붙들려 대청으로 걸어가 금분세수 대례를 행하려 했다.
이때 왕씨 여자가 천천히 깨어나더니 울부짖지도 않고, 표사의 검을 뽑아 목을 그어 자결했다!
군웅들은 미처 대처하지 못했고, 여자가 자결하는 것을 보고 더욱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하루도 아무리 어리석어도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강호에 갓 들어온 하루는 자신을 지키는 법을 전혀 몰랐고, 자신의 무공이 어떤지도 몰랐다. 철창을 거꾸로 들고 황대협 앞으로 돌진하여 외쳤다: "황대협, 동지제갈이 일부러 사람을 죽인 것을 모르십니까? 당신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황대협이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상관금사가 돌아서며 한 번 밀어 하루의 몸을 흔들리게 했다. 상관은 밀며 말했다: "이 녀석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군. 무기를 가지고 와서 우리 황큰형님을 암살하려는 것이냐?"
하루는 급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황대협은 강호에서 유명한 대협이십니다. 저는 그냥 묻는 것입니다. 이 살인을 황대협이 모른 체하실 겁니까? 황대협의 일생 동안의 협의 명성이 손상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십니까?"
상관금사는 냉소하며 말했다: "흐흑, 영웅은 젊었을 때 나는 법이지. 무공이 상당해 보이는군. 철창 하나 들고 와서 시험장을 차리려는 모양이군. 더 말할 것도 없이, 우리 한번 겨루어 보자."
무림인들은 무기를 몸에서 떼지 않는다. 이른바 '검이 있으면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이치다. 현장에 온 사람들은 모두 무림인들이라 대부분 무기를 지니고 있었고, 등에 지거나 앞에 차고 있었다. 하루의 장창은 휴대하기 불편해서 항상 손에 들고 다녀야 했고, 밥을 먹을 때도 발 옆에 가로로 두었다.
하루는 상관이 일부러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것임을 알았다. 조용히 그를 노려보며 입으로 중얼거렸다: "황대협, 당신은 모른 체하실 겁니까..." 동지가 상관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다섯째, 한번 혼내주기만 하고 목숨을 해치지는 마라. 규칙이 무엇인지 알게 해야 한다."
황대협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관은 황대협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장검을 뽑아 하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후배이니, 네가 먼저 창을 휘둘러라."
하루는 그저 황대협을 보고, 상관을 보며, 계속 고개를 저을 뿐, 소리도 내지 않고, 공격도 하지 않았으며, 철창은 땅에 늘어뜨린 채였다.
상관금사는 크게 노하여 말했다: "녀석, 나를 얕보는 것이냐? 그럼 내가 가르쳐 주마." 말이 끝나자마자 장검이 곧바로 하루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파공섬전"! 사람들이 일제히 외쳤다. 상관의 검법은 강호를 백 년 동안 진동시켰다. 상관 가문은 가훈으로 남자는 가르치고 여자는 가르치지 않으며, 외부에 제자를 두지 않는다. 상관 가문은 최근 몇 년간 인원이 번성하여 대협이 많이 배출되었다. 상관금사는 어릴 때부터 상관 검법을 연마하여 열여섯 살에 아버지를 이겼고, 타고난 총명함으로 다른 검법들을 융합하여 상관 검법을 더욱 빠르고 예리하게 만들었다. 강호에는 상관금사가 일찍이 무당 장문인 무위진인을 이겼다는 소문이 있지만, 양측 모두 확인해 주지 않아 아는 사람이 없다. 이 파공섬전은 상관 검법의 가장 강력한 살수로, 전신의 힘을 검끝에 쏟아부어 검은 빠르고 무겁다. 얼마나 많은 무림 인사들이 이 초식에 다쳤는지 모른다. 상관이 처음부터 이 초식을 사용한 것은 하루의 왼팔을 폐기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했다.
하루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오른쪽으로 “퍽” 하고 땅에 쓰러지며 먼지를 일으켰다. 이를 본 사람들은 일제히 크게 웃었다. 하루가 나서서 나설 줄 알았으니 뛰어난 무예를 지녔을 거라 생각했건만, 이렇게 처참하게 피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실 하루는 무공을 배운 적이 없었고, 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평범한 사냥법뿐이라 아주 조잡한 수준이었다. 가벼운 몸놀림 같은 것은 더더욱 몰랐고, 가진 것이라곤 사냥 기술뿐이었다. 활 솜씨는 확실히 뛰어났지만 근접전에는 불리했고, 철창도 격식이 없었다. 사냥은 온전히 민첩한 몸놀림과 큰 힘에 의지해 철창으로 맹수를 힘껏 찔러 호랑이조차 꿰뚫을 수 있었다. 사람과 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상대가 야수가 아니다 보니 차마 찌르지 못하고 그냥 땅에 엎드려 이 검을 피한 것이다.
“하하하하”, 평소 엄숙하고 냉철하기로 유명한 상관금사(上官金蛇)조차 좀처럼 웃지 않던 그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루를 가리키며 웃으며 꾸짖었다. “어서 꺼지지 못하겠느냐!” 이때 왕표두(王鏢頭)도 하루를 끌어당기며 상관금사에게 말했다. “이 젊은이는 이일천(李一天)이라는 이로, 제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초짜입니다. 강호에 갓 들어와 예절을 몰라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너그러이 봐주십시오.” 하루는 왕표두의 손을 뿌리치고 황대협(黃大俠) 앞으로 다가가 섰다. 뭔가 해명을 듣지 않으면 떠나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상관금사는 얼굴을 가라앉히며 꾸짖었다.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검이 휘둘러졌다. 하루는 눈앞이 온통 검영(劍影)으로 가득 차 어떻게 피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몸 여기저기가 따끔거리며 아팠고, 피가 곧 상처에서 스며 나왔다. 목, 양어깨, 가슴 네 군데에 검상이 생겼다.
“만천설화(漫天雪花)!” 사람들이 또 일제히 외쳤다. 이것은 상관검법(上官劍法)의 또 다른 유명한 초식으로, 허와 실이 뒤섞여 한 자루 검이 만 자루 검처럼 보여 피할 곳이 없게 만든다. 하루는 무공을 전혀 몰라 더욱 피할 수 없었다. 상관이 그의 목숨을 해치려 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백 명의 하루라도 모두 죽였을 것이다.
왕표두가 다시 하루를 끌어당겼지만, 하루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왕표두의 손을 뿌리치고 조용히 황대협을 바라보았다.
상관금사는 길게 한숨을 쉬며 측은한 듯 타일렀다. “어찌하여 목숨을 여기 버리려 하느냐? 너는 결코 내 상대가 못 된다.”
하루는 대꾸하지 않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황대협에게 외쳤다. “당신이 황대협이 아니십니까! 그럼 좀 나서서 해결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상관금사는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다!”라고 꾸짖으며 검을 들어 하루의 미간을 겨누었다.
이때 몇몇 스님과 도사 차림의 사람들이 안뜰에서 나와 구경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길을 비켜 주었고, 그들은 황대협 곁에 섰다. 아무래도 강호의 명사이자 선배들인 듯했다.
동방제갈(東方諸葛)도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섯째, 그 목숨을 해치지 마라.”
왕표두가 크게 타일렀다. “네가 지금 가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잠시 후 다시 외쳤다. “너 철창이 있지 않느냐!”
하루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철창을 수평으로 들어 상관금사를 겨누었다.
상관금사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다!”
또 한 번 만천설화가 하루를 향해 휘둘러졌다.
하루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장창(長槍)을 맹렬히 찔러 나갔다. 기세가 무지개처럼 뻗쳤고, 그 속도는 놀랍게도 상관금사에 뒤지지 않았으며, 힘은 더욱 놀라울 정도로 커서 우우우 하는 바람 소리를 일으켰다. 상관금사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급히 물러서야만 했다.
“와!” 사람들이 일제히 감탄하며 곧바로 열렬히 박수를 쳤다. 온 마당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늙은 스님과 희장풍(姬長風)조차 감탄하며 말했다. “훌륭한 창법이로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박수 소리를 뚫고 모든 사람의 귀에 또렷이 전해졌다.
하루는 철창을 거두고 다시 조용히 황대협을 바라보았다. 상관금사는 크게 노하여 몸을 홀연히 날리며 ‘파공섬전(破空閃電)’ 한 수를 펼쳐, 온몸이 검과 함께 하루를 향해 날아와 찔렀다.
“상관검법이 과연 명불허전이로다. 상관시주는 이미 검인합일(劍人合一)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경하할 일이요!” 그 늙은 스님 곁에 있던 늙은 도사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하루는 여전히 한 번의 창을 맹렬히 찔러 나갔다. 아까와 똑같이 자세와 힘의 변화가 없었다. 상관금사는 그 예리한 기세를 피하지 않을 수 없어, 검끝을 창에 걸치고 몸을 날려 물러났다.
이어서 상관금사는 있는 힘을 다해 온갖 초식을 펼쳤지만, 하루는 매번 똑같은 한 수, 장창을 곧게 찌르는 것뿐이었다. 백여 수가 지나도록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상관금사가 변수를 냈다. 상관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서 검끝을 하루에게 겨눈 채, 천천히 얼굴이 푸르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마에서는 옅은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 도사가 또 담담히 말했다. “상관 선생의 청야신공(靑夜神功)이 이미 화경(化境)에 이르렀구나. 이 젊은 협객은 조심해야 할 것이야.”
“청야신공!” 사람들은 놀라서 탄성을 질렀다. 청야신공은 상관 가문의 신비한 내공 심법으로, 전설에 따르면 최고 경지에 이르면 얼굴이 푸르게 변하고, 청야신공을 펼치면 속도와 힘이 몇 배로 올라가 적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무림인들 사이에서도 이름만 들어 보았지 실제로 본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본 사람은 모두 세상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그것을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십 대의 젊은이를 상대로 말이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하루를 위해 걱정하기 시작했고, 어떤 이는 더 크게 외쳤다. “가게! 목숨을 여기 버릴 필요 없어. 청산은 남아 있으니, 땔감이 없을 걱정은 없다고 했어.”
하루는 꼼짝도 하지 않고 여전히 조용히 황대협을 바라보았다. 다만 손에 든 철창을 수평으로 들어 상관금사를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황대협은 하루를 전혀 쳐다보지 않고, 얼굴이 붉어졌다 창백해졌다 하며 상관금사를 바라보았다.
한참 후, 상관금사가 큰 소리로 “파공섬전!”을 외치며 검과 몸이 일직선이 되어 하루를 향해 찔러 왔다. 이전에는 그래도 그림자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오직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것만 보였다. 하루도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두 손으로 창을 쥐고 상관금사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쳐,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를 일으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 먼지가 일었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상관금사가 철창에 눌려 땅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마당에는 우르르 쏟아지는 듯한 박수 소리가 오래도록 그치지 않았다. 상관금사는 아무 말 없이 철창을 밀쳐 내고 일어나 문을 나서 그대로 가버렸다.
동방제갈이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과연 영웅은 소년에게서 나오는 법이군! 이소협(李少俠), 감탄을 금할 수 없소이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놀랍게도 우레 같은 박수 소리를 뚫고 모든 사람의 귀에 선명히 전해졌다. 이어 고개를 돌려 황대협에게 말했다. “큰형님, 오늘 금반세수(金盆洗手)하시는 날이라 병기를 다루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소협이 문 앞까지 쳐들어왔으니 방법이 없지요. 큰형님께서 소협과 장법(掌法)으로 겨루어 보시지요.”
“선재선재(善哉善哉)! 늙은 승이 보건대 이소협은 무공을 전혀 모르고, 다만 힘이 세고 몸놀림이 민첩하여 철창을 능숙하게 다룰 뿐이며, 내공 심법은 더욱 모릅니다. 황대협은 장검쌍절(掌劍雙絶)이라 일컬어지니, 장(掌)이 곧 병기입니다. 이소협으로서는 백 번을 싸워도 이길 수 없으니, 속히 물러가십시오. 아미타불!” 늙은 스님이 말을 마치고 두 손을 모아 하루에게 합장하며 절을 했다. 하루는 갑자기 바람에 몸이 떠받쳐지는 듯 허공으로 몇 미터나 날아가서는 안정적으로 땅에 섰다. 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하루는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걸어와 황대협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디 황대협께서 공정한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황대협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소림 방장 복덕선사(福德禪師)께서 과연 신공이 세상에 으뜸이시군요!”
복덕선사는 말을 아끼고 합장으로 뜻을 표했다.
황대협은 이일천에게 몸을 돌렸다. “내 두 손바닥으로 소협과 한번 겨루어 보겠소. 소협은 창을 쓰시오.” 여전히 대협의 풍모였다.
“이소협이 감히 문 앞에 와서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큰형님의 덕을 보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소협은 무예가 뛰어나고 담력이 크니, 아마 장법 또한 대단할 것입니다. 큰형님, 부디 조심하십시오.” 동방제갈은 큰형님이 상대를 얕보는 것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
하루는 황대협에게 읍하며 말했다. “후배는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 아니라, 다만 황대협께서 오늘 이 일을 바로잡아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루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황대협을 계속 타일렀다.
“이소협, 그와 실랑이할 것 없소. 당신은 그의 상대가 못 되오. 내가 보니 당신은 타고난 재능이 비범하나 가르쳐 줄 사람이 없구려. 그러니 먼저 물러나시오. 훗날 반드시 무림의 호걸이 될 것이오.” 희장풍이 하루에게 권했는데, 말투가 무척 불손하여 황대협을 눈에 두지 않는 듯했다.
하루는 떠나지 않고, 그저 철창을 옆에 내던지고 두 손을 맞잡은 채 조용히 황대협을 바라보았다.
황대협은 “소협, 청하시오”를 여러 번 말했지만, 이일천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황대협을 바라보기만 했다. 황대협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아무 초식 없이 천천히 한 장(掌)을 내밀었다. 이일천은 어쩔 수 없이 두 손바닥을 들어 맞받아쳤다. “퍽!”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이일천은 얼굴을 위로 한 채 뒤로 넘어져 땅에 세게 부딪혔다. 순간 먼지가 크게 일었고, 한참 동안 이천일(李天一)은 몸부림치며 일어나지 못하다가, 한참 만에야 몸을 일으켜 앉고는 천천히 겨우 일어섰다. 이천일의 두 팔은 축 늘어져 앞에 처졌고, 두 손은 팔꿈치에서 모두 부러져 있었다. 입가에서는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고, 숨을 크게 헐떡이며 얼굴이 푸르게 질렸다. 극심한 고통을 꾹 참고 신음 한 소리 없이 다만 몸이 약간 떨릴 뿐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조용히 황대협을 응시했다.
황대협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듯 고개를 돌려 동방제갈을 한 번 쳐다보았다. 동방이 크게 말했다. “큰형님, 문 앞에 와서 도전한 자에게는 무공을 폐해야 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말하면서 하루에게 다가가서는, 우두둑 소리와 함께 하루의 양쪽 어깨 관골(琵琶骨)을 으스러뜨리고 손발의 힘줄을 모두 끊어 버렸다. 이일천은 폐인이 되어 땅에 곧게 내동댕이쳐졌고, 몸은 통제할 수 없이 심하게 떨렸지만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동방제갈은 냉랭하게 왕표두를 노려보며 크게 꾸짖었다. “어서 그를 데리고 가지 못하겠느냐? 정말 체면도 없군.”
왕표두는 길게 한숨을 쉬고 이일천을 안아 일으켜 곧바로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미타불, 선재선재! 늙은 승이 이소협을 배웅하리라.” 복덕선사는 황대협 일행을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 왕표두를 따라 문 밖으로 나갔다.
군웅(群豪)들도 모두 외쳤다. “가세, 나도 이소협을 배웅하겠네.” 순식간에 사람들은 모두 따라가며 깨끗이 사라졌다.
이어지는 것은 강호의 소문이었다.
며칠 후, 옥면협(玉面俠)이 관골이 모두 으스러지고 다리와 팔의 힘줄이 모두 끊겼으며, 얼굴에는 수없이 많은 검 자국이 나서 몹시 흉측해졌다는 소문이 들렸다.
얼마 후, 황대협의 장원이 어떤 사람에 의해 불에 타버렸고, 황대협 일행은 어디로 이사 갔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소문이 들렸다. 장원 옆에는 푸른 벽돌에 흰 기와로 된 집 한 채가 세워졌는데, 대문 위에는 용이 춤추고 봉황이 나는 듯한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왕택(王宅)”. 어떤 사람이 그 왕씨 집안을 도와 원래 터에 다시 지어 준 것이라고 들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방제갈이 집에서 살해당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나중에는, 어떤 사람이 황대협을 보았다고 하는데, 기세는 여전했지만 많이 늙어서 예순 몇 살의 사람이 여든아흔처럼 보였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환영받지 못하고, 손가락질을 당하며, 이따금 침까지 뱉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다시는 황대협을 본 사람이 없었다.
더 나중에는, 소림 복덕 방장이 새로 제자로 들인 혜일선사(慧一禪師)가 바로 일천(一天)이라는 소문이 들렸다. 혜일선사는 오로지 부처님께 마음을 다해 절 안의 모든 경전을 통독했고, 장엄하고 단아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곧 득도한 고승임을 알게 했다. 밖에 나가 법문을 하면 듣는 이가 수없이 많아 거리가 텅 비었다고 한다. 혜일선사의 법문은 쉽고 이해하기 좋았으며, 일상생활 속 일을 즐겨 불법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여 소림사 제일의 인물이라 일컬어졌다.
이것이 대협의 이야기이다.
《강호》 시리즈 소설 《대협》, 버전: Build20170215
작가: 여건봉(呂建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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